감옥을 나오고-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쐔 현민이

감옥을 나오고-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쐔 현민이 가장 먼저 본 것은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황도였다. 7년 전. 현민의 활약으로 겨우 이곳을 탈환하고 다시 제국의 수도로 문명을 꽃피웠던 제국의 수도는 7년 만에 다시 덮친 군단의 손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곳곳에서 인간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바람 속에는 비릿한 피 냄새와 시체가 타는 냄새가 섞여있었다.

곳곳에서 제국군이 군단에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탕될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소탕이란 이름의 학살이겠지.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지옥도가 그곳에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황도는 또다시 군단에게 함락되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18년 동안 전쟁을 치러온 이들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으리라. 그동안 군단에게 거둔 승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다시 그들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아마 제국군의 사기는 바닥을 칠 것이다.

“지옥도네..”

황도엔 또다시 군단의 손에 의해 지옥이 연출되고 있었다. 정말 익숙한 지옥이었다. 전장이란 이름의 지옥.

“그대나 나에겐 익숙한 광경이지. 아직도 저들을 위해 싸울 마음이 드는 건가?”

헬레인의 질문에 현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저주한 대로. 한때 그가 지켰던 이들이 죽어나감에도 그는 전혀 안쓰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저-

덤덤했다.

그래.. 그렇게 되는구나.. 라는 당연한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그가 있을 뿐이었다.

꼴좋다라는 생각은 놀랍게도 들지 않았다. 배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이들의 죽음이라서 그럴까?

“잠시 걷지. 그대가 지낼 곳을 소개해 주고 싶다.”

“뭐야, 숙식까지 제공해 주는 거야?”

“물론이다. 그래야지 그대가 나의 제안들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할게 아닌가?”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현민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

“알았어. 어딘데?”

연이은 호감에 경계심이 많이 사라진 현민이 물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내가 그동안 이곳에서 지냈다고 하던 방이 어딘지 입수했는데.. 그 방이면 불쾌한가?”

“뭐? 그걸 어떻게 알아?”

“말했지 않느냐. 군단의 정보력은 차원 제일이라고.”

“……..”

“다른 곳으로 해주었으면 하는가?”

“아니. 거기면 돼. 혹시 내 시중을 봐주던 애도 남아 있어?”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이상하게 간간히 보이던 시녀와 시중들을 봤던 현민이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군단은 민간인은 죽이지 않느니라. 전사가 아닌 이들을 죽일 순 없는 노릇이지.”

“….뭔가 이상해 너희들. 내가 알기론 민간인도 전부 죽인다고 알고 있는데.”

“후후. 그건 그대를 이용한 이들의 잘못된 정보다. 단지 우리는 그들을 우리를 섬기는 이들로 만들 뿐이지.”

그 빌어먹을 새끼들은 그에게 잘못된 정보까지 주었나 보다.

“….식민지로 만든다는 거야?”

“아마 그대가 생각하는 개념과 비슷하겠지만 조금 다르다.”

“뭐.. 알게 뭐야.”

더 이상 이세계를 위해 싸울 마음이 없는 현민은 알게 뭐야라는 기분으로 그녀를 따라 이전 그가 지내던 방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하나도 안 변했네.”

그를 위해서 단장을 해 놓은걸까, 아니면 그를 위해서 보존해 둔 걸까? 군데군데 회손 되거나 불탄 황궁과는 달리 그가 지내던 방은 이전과 똑같았다.

“그럼 나는 회의가 있어서 이만 가보겠다. 뭔가 이야기가 있거나 결심이 선다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전해다오.”

“…아아.. 나중에 보자고.”

헬레인은 현민을 그가 지낼 방에 안내 해준 뒤에 곧바로 회의가 있다며 아쉬운 얼굴로 돌아갔다.

헬레인이 떠나간 뒤 현민은 아반타르를 늘 두던 침대 옆에 던져놓고- 오랜만에 느끼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제까진 생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구사일생을 하게 되다니.. 모르겠다. 아.. 진짜 머리에 쥐가 날려고 하네.

머리가 복잡하다.. 아아아.. 이젠 남에게 생각을 맡기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데, 영 익숙하지 않다. 언제나 이렇게 분석하는 일은 그 빌어먹을 영감에게 맡겼었는데..

똑똑-

“저…리처드님.. 에레나입니다..”

“? 아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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